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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V 프로그램 리뷰

주연급 배우들이, 각자의 역할을 한 국민들이 릴레이로 만들어 낸 영화 같은 실화<1987>. (feat. 꼬꼬무)

by 케로로 2022. 3. 26.

오늘 소개할 영화는 1987년,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불러오는데 큰 역할을 했던 6월,
그 6월이 뜨거움이 있기까지 시발점이 된 한 대학생의 죽음과 경찰, 정부, 그리고 두려움을 이겨내고 자신의 역할을 해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영화 <1987>입니다.

 

감독: 장준환
개봉: 2017.12.27
출연: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김태리, 박희순, 이희준 등
평점: ★9.5 (다음 영화 기준)
관객수: 723만 명

<이 글에는 영화의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역사가 스포이긴 하지만요)

 

영화 줄거리

1987년 1월, 한 어둡고 음침한 건물에 의료진이 달려 들어옵니다. 그곳에는 속옷만 남기고 옷이 다 벗겨진 채 누워있는 한 청년이 있습니다. 의료진은 심폐소생술을 해보지만 이미 사망한 상태인 청년을 되살릴 수는 없었습니다.
그 청년의 이름은 '박종철'. 서울대 학생이었던 그는 남영동 대공안부실에서 조사를 받던 중 고문으로 질식사했습니다.
이 청년의 죽음으로 당황한 경찰들은 어떻게든 이 사건을 덮으려고 시신을 급히 화장시키려고 하지만 서울지검 공안부장검사인 최검사의 '시신 보존 명령서'로 제동이 걸리게 됩니다. 상식적으로도 도무지 말이 안 되는 이 상황에서 시신을 화장시키라고 할 수는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대공안부실 박 처장을 비롯하나 경찰들은 윗선들을 이용해 압박을 하고 가족들 없이 장례식을 치릅니다. 이에 제대로 빡친 최 검사는 후배를 통해 은근슬쩍 이 사건을 기자에게 흘리고 이 사건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됩니다. 기자들과 국민들의 관심이 몰리자 박 처장은 박종철의 죽음을 단순 쇼크사로 발표합니다.

"거, 학생이 겁이 잔뜩 질려가지고 조사관이 책상을 '탁' 치니 '

억'하고 응? 쓰러졌답니다."

 

그런데 이 발표 중에 치안본부 본부장의 말실수로 목격자인 중앙대병원 의사 오연상의 이름이 나오고 기자들은 중앙대병원으로 몰려갑니다. 하지만 경찰들은 권총을 보여주며 협박하고 오연상 의사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진실을 알기 위해 화장실에 숨어 기다리던 윤상삼 기자에게 바닥이 물로 흥건했고 욕조가 있었으며 폐에서 수포음이 들렸다는 사실을 털어놓습니다.

최 검사는 경찰의 협박을 무릅쓰고 시신의 부검을 진행하게 되고 부검을 담당한 황적준 박사 또한 부검소견서에 사망원인을 '경부 압박에 의한 질식사'로 작성하게 됩니다. 그런데도 경찰은 뻔뻔하게 사인을 쇼크사로 발표하죠. 그리고 얼른 시신을 화장해버립니다.

경찰의 엄호 하에 다 타버린 뼛가루를 들고 박종철의 아버지는 애지중지 키운 자식을 강에 뿌립니다. 박종철의 뼛가루는 마치 이 세상에 할 말이 남은 듯 얼어붙은 강 위에 남아 있습니다.

"내 새끼 와 못 가노.... 철아.... 와 못 가고 이러고 있노....

잘 가그래이... 아버지는 아무 할 말이 없대이..."

 

경찰이 사인을 쇼크사로 발표하고 시신도 화장했지만 최 검사는 윤 기자에게 은근슬쩍 부검서를 흘리고 윤 기자는 그 자료를 품에 안고 신문사로 달려가 1면에 제대로 터뜨려버립니다.

더 이상 압박을 피하기 어려운 경찰은 경찰 2명에게 뒤집어 씌우고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가혹행위 과실치사가 아닌 일반 과실치사로 바꿔서 집행유예로 나오게 해 주겠다면서요.

한편 이들이 수감된 영등포 교도소에 근무하던 한병용 교도관은 수감되어 있는 전 동아일보 기자 이부영의 비둘기가 되어 민주투사 김정남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검문이 심해진 탓에 김정남에게 전달할 정보가 적발 될 위기가 있자 한 교도관은 조카인 연희에게 이 일을 부탁합니다. 연희는 하기 싫지만 삼촌의 선물공세에 어쩔 수 없이 김정남을 찾아갑니다.

삼촌이 하는 일도 못마땅하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 크게 관심 없는 연희는 거리를 나섰다가 우연히 맞닥뜨린 시위 현장에서 자신을 도와준 한 청년을 만나면서 점차 세상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게 됩니다.

그리고 4월 13일. 전두환 대통령은 호헌을 발표하면서 대통령 직선제를 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발표로 각 자리에 있던 국민들의 마음이 요동치게 되죠. 대학생들은 다시 한번 거리로 나서게 되고 영등포 구치소의 교도관 안계장은 죄를 뒤집어쓰고 수감된 경찰들의 면담 기록을 통해 실제 가해자들이 더 있다는 정보를 이부영에게 알려줍니다. 이 정보를 다시 한번 김정남에게 알리기 위해 한 교도관은 연희에게 부탁하는데 연희는 아버지 죽음과 관련된 트라우마로 삼촌의 부탁을 거절합니다.

그런데 그날 한교도관은 갑자기 경찰들에게 붙잡혀 가게 되고 민주투사 김정남의 거처와 관련하여 고문과 조사를 받게 됩니다. 삼촌이 잡혀가고 나서 혼란스러운 연희. 그런 연희에게 대학 선배인 그 청년이 찾아와서 함께 하자고 말하는데요,,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어요? 왜 그렇게 다들 잘났어? 가족들 생각은 안 해요? 그날 같은 거 안 와요..."

"나도 그러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돼, 마음이 너무 아파서...."

마침내 연희는 삼촌이 부탁했던 정보를 김정남에게 알리게 되고 이로 인해 5월 18일, 명동성당에서는 미사를 드리던 신부들에 의해 은폐, 조작되었던 박종철 군 가해자들의 명단이 발표되게 됩니다. 이로 인해 박 처장은 그렇게 충성했던 대통령에게 버림받게 되고 구속됩니다.


그렇게 가해자들은 구속되었지만 정부에 대해 분노한 민심은 거리로 나서게 되고 6월 9일 수많은 대학생들과 시민들의 시위 속에서 사람들이 다치고 쓰러지자 연희를 도와주었던 그 청년이 앞으로 나와서 외칩니다.

"고문 살인 자행하는 군부 독재 몰아내자! 사천만이 단결했다 살인 정권 타도하자!"

"박종철을 살려내라!"


이때 군인들은 최루탄을 쏘게 되고 그 최루탄은 그 청년, '이한열'의 뒤통수를 가격합니다.
피 흘리며 쓰러진 이한열을 끌어안고 도망치는 친구. 그 모습은 누군가에 의해 사진이 찍히고 언론에 보도되며 그 사진은 세상에 관심 없던 연희를 비롯한 수많은 국민들이 마음을 들끓어 오르게 합니다.

결국 박종철, 이한열 두 청년의 죽음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국민들의 외침으로 정부는 6월 29일 대통령 직선제를 수용하는 '6.29'선언이 발표됩니다.

꼬꼬무 - 종철이와 비둘기들. (2022-03-24 방영)

이 1987년의 이야기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에도 방영이 되었는데요. 아무래도 영화도 역사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꼬꼬무와 영화의 내용은 거의 같습니다.

1987년 6월을 이끌어내기까지 두렵지만 자신의 역할을 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릴레이 계주에 빗대어 이야기했어요.

첫 번째 주자 - 신성호 기자.
검찰청에서 애매하게 들은 정보를 집요하게 파고 들어서 서울대 학생 박종철 군이 남영동 대공안부실에서 조사를 받다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맨 먼저 언론을 통해 터뜨리게 됩니다.


두 번째 주자 - 윤상삼 기자.
목격자이기 때문에 경찰들의 감시를 받던 오연상 의사. 윤상삼 기자는 병원으로 찾아가 의사에게 환자 인척 접근합니다. 그러고는 계속 매달리고 설득한 끝에 오연상 의사의 마음을 흔듭니다.


세 번째 주자 - 오연상 의사
결국 오연상 의사는 마음의 갈등을 몰아내고 그날의 진실을 이야기해줍니다. 이 분도 박종철 군의 시신을 응급실로 옮기려는 경찰들을 막기 위해 중앙대병원 의료진과 함께 노력했대요. 그리고 사체 검안서에 사인을 '미상'으로 잔뜩 써서 검찰이 조사를 하도록 유도했지요. (응급실로 옮기면 그곳에서 죽은 것이 되고 사인을 밝히기 어려워질 테니까요)


네 번째 주자 - 황적준 부검의
잔뜩 멍든 피부 속, 그리고 폐에서 발견된 수중 생물 플랑크톤, 목이 강하게 눌린 흔적. 시신의 상태를 살펴본 결과, 고문에 의한 죽음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치안본부로 불려 가 경찰들의 압박을 받았지만 황적준 박사는 자신의 아이들을 바라보며 누군가의 아들이었을 박종철 군의 죽음을 그대로 드러내기로 결심합니다.


그다음 주자 - 이부영 운동가, 한재동 교도관, 전병용 씨, 김정남 운동가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다가 수감된 전직 기자 이부영 운동가. 영등포 교도소에서 박종철 고문 사건으로 수감된 경찰들이 수상하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억울하다고, 뒤통수를 맞은 것 같다고 하는 경찰들. 여론이 점점 안 좋아지고 자신들이 평생 감옥에서 살 수도 있겠다는 불안함에 교도관에게 자신들이 대가를 받고 고문사건을 뒤집어쓰기로 했다는 사실을 털어놓습니다. 이 정보에는 고문한 경찰들의 실명 또한 있습니다. 이부영 운동가는 쪽지로 만들어 한재동 교도관을 비둘기 삼아 신출귀몰한 해결사 김정남 운동가에게 전달하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 한재동 교도관이 전직 교도관 전병용 씨를 만나 전해주었고 전병용 씨고 어려움 끝에 김정남 운동가를 만나 쪽지를 전달합니다.


그리고 명동성당.
이부영이 전달해준 쪽지를 받은 김정남은 이 소식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명동성당 신부인 김수환 추기경께 이 쪽지를 전달했어요. 그런데 이 쪽지가 발표되기 전인 4월 13일, 전두환 대통령은 호헌 조치를 발표했고 더욱 민심을 들끓어 오릅니다. 국민들은 거리로 나섰고 명동 성당에서는 5월 18일, 5.18 기념 미사를 드리는 날, 김승훈 신부가 단상에 서서 박종철 고문사건이 조작되고 은폐되었으며 이에 가담한 자들이 더 있음을 발표합니다. 진실의 비둘기는 세상 밖으로 날아갔고 들끓던 민심이 폭발합니다.



또 한 명의 죽음...'이한열'

시위 중 경찰이 쏜 최루탄에 연세대 학생이었던 '이한열'이 머리를 맞았고 피 흘리며 죽어가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타올라 시위는 전국적으로 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독재 타도'를 외칩니다.

 


국민들의 분노에 군부 정권은 6월 29일. 대통령 직선제를 선언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릴레이가 독재정권의 끝을 불러온 거죠.


하지만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슬픔은 누가 끝낼 수 있을까요? 아들을 잃고 아들이 바라던 세상을 위해 평생 최선을 다해 노력하며 살았지만 어떤 것으로도 그 마음을 채울 수는 없었겠지요.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

가만히 기다리면 오는 세상이 아니었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싸워 쟁취한 민주주의.
그들이 바라던 세상을 사는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요...?

 


 

시험을 보기 위해 배웠던 우리나라의 격동기 시절. 길어진 독재정권으로 인해서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커지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피 흘렸던 사람들. 어느 한 사람의 공이 아닌 많은 사람들의 용기가 모여 이루어진 민주주의라는 걸 영화도, 꼬꼬무도 잘 표현해 주었던 것 같아요.

 

영화에선 주연급의 배우들만 해도 꽤 많이 등장하는데 1987년 그때의 모두가 우리 역사의 주연이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던 것 같았어요. 처절하게 고통당했던 사람들도 있고 조금의 용기를 내어 놓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들 모두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대한민국을 살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개봉한 지 조금 지났지만 다시 봐도 역사적 사실이기에 더욱 가슴이 아린 영화, <1987>.

꼬꼬무와 함께 보시면 더 좋을 것 같네요.

 


* 꼬꼬무의 사진은 웨이브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