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꽁꽁 얼어 붙은 영화계 상황 속에서도 그 얼음을 살살 녹였던 영화가 작년 여름, 개봉했었죠.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더 힘이 있었기도 했지만 작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아프가니스탄 사건과 너무도 닮았다 하여 더 화제가 되었던 영화, 모가디슈.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뒤, 아프가니스탄에 자리잡고 있던 수많은 외교관들과 외국인들이 아프가니스탄을 떠났고 무엇보다 이전 탈레반의 통치를 기억하는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이 공포에 질려 탈출을 시도하는 모습이 매일 뉴스에 나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었는데요,
그 뉴스를 듣기 불과 얼마 전, 1990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모티브로 해서 영화 <모가디슈>가 개봉을 했더랬죠. 영화 속에서 표현 한 그때의 모습이 아프가니스탄의 상황과 꽤나 비슷한 느낌을 주어서 조금 더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몇달 뒤,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일명 꼬꼬무에서 모가디슈 이야기를 다루어서 뒤늦게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영화 되시겠습니다.
<스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991년, 남북한이 UN에 각각의 의석을 가진 나라로 동시 가입하게 되었던 해.
하지만 UN 가입이 있기까지 대한민국과 북한은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한 외교전쟁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특히나 많은 표결권을 가지고 있던 아프리카에 대한 외교 공세는 더욱 심했죠.
북한은 오래전부터 아프리카 국가들과 수교를 맺고 있었기에 대한민국은 더 공을 들일 수 밖에 없었어요.
아프리카의 뿔이라고 불리는 소말리아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1991년 소말리아 대한민국 대사관의 한신성 대사와 안기부 정보요원 강대진 참사관은 대한민국을 홍보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노력은 북한 대사관에 의해 은근한 방해를 받고 있었죠. 소말리아 대통령에게 전할 선물을 약탈해가지 않나, 대통령, 장관과의 만남을 가로채질 않나. 한민족이라고는 하지만 얄미운 게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그날도 북한 대사관의 림용수 대사와 태준기 참사관과 한바탕 기싸움을 하고 있는 찰나, 무언가 심상치 않은 시위가 벌어집니다.
약 22년간 독재를 해온 소말리아 대통령 시아드 바레. 오랜 독재와 부정부패로 국민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르고 있었고 결국, 아이디드 장군을 필두로 반란이 일어납니다.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이 시위와 반란은 내전으로 번지고... 그동안 소말리아 정부와 친하게 지내려고 했던 외국 대사관들도 반란군의 표적이 됩니다.
서둘러 정부와 친밀하게 지냈던 자료들을 태우기 시작하는 대사관들. 얼른 소말리아를 떠나야 하지만 대한민국 정부와는 연락도 닿지 않고 닿았다 한들, 1991년의 대한민국은 구조기를 띄우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목숨이 위태위태한 상황속에서 태준기 참사관이 기지를 발휘해서 대사관을 지킬 경비병력까지는 얻어냅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는 상황.
그런데 북한 대사관의 상황은 더 참혹합니다. 도적떼에 의해서 물건들을 탈탈 털리고 아이들까지 데리고 있어 더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요. 살기 위해 겨우겨우 나왔지만 갈 곳은 없는 상황. 결국 림용수 대사는 대한민국 대사관을 찾아가 도움을 구합니다.
그 당시 남북한 모두 서로에게 적대적인 상황인지라 접촉조차 불편한 상황이지만 한신성대사는 북한 대사관 일행을 대한민국 대사관 내로 들어오게 해줍니다. 어쩌다보니 같은 공간에서 한 식탁 밥을 먹게된 남북한. 여전히 불편한 상황들이 있지만 생존을 위해 머리를 맞대기로 합니다.
우리의 목표는 오로지 생존이다!
각각 수교를 맺고 있는 타국 대사관을 찾아가 구조기를 구해보기로 하는데요, 대한민국은 있는 이탈리아 대사관, 북한은 이집트 대사관을 찾아갑니다. 각국 대사관들을 찾아가는 길은 험난하지만 어떻게든 소말리아를 뜨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보는데요, 이집트 대사관에서는 도움을 줄 수 없다는 말만 듣고 돌아옵니다. 하지만 한줄기 빛이 비춰지는데... 바로, 이탈리아 대사관에서 구조기 탑승을 허락받은 것. 하지만 이탈리아 대사관에서 내줄 수 있는 자리는 몇석 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대사관만 먼저 떠날 것을 권하는 이탈리아 대사.
하지만 한신성 대사는 함께 있는 북한 대사관 일행을 두고 갈 수 없습니다. 처음엔 각자 살 길 찾자고 했었지만 막상 선택의 순간이 닥치니 놓고 갈 수 없었지요. 결국 이탈리아 대사를 설득한 끝에 북한 대사관 일행까지 탈 수 있는 자리를 허락받은 한신성 대사.
이제 정말 마지막 순간입니다 .남북한 합쳐서 20명가량 되는 적지 않은 인원이 4대의 차량에 나눠 타고 이탈리아 대사관 까지 가야하는 상황. 가는 길에는 최대 접전지인 대통령 궁이 있어서 자칫하면 표적이 될 수 있습니다. 모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이슬람 국가인 소말리아의 예배시간에 맞추어 이탈리아 대사관을 향해 출발.
빗발치는 총알 사이로 한가지 목표인 생존을 향해 달리는 남북한. 우여곡절 끝에 이탈리아 대사관에 도착 했지만, 북한의 태준기 참사관은 총에 맞아 숨진 상태. 그래도 끝까지 운전대를 놓지 않았어요.
이제 이탈리아 대사관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데 대사관 경비병력, 대통령궁에서 오해하고 쫓아온 군인, 반란군에 둘러싸인 남북한. 그러나 끝까지 함께 뛴 결과 결국 이탈리아 대사관에 들어가고... 태준기 참사관을 제외한 일행 모두 구조기에 오릅니다.
생사의 순간을 함께 한 남북한. 그들이 탄 비행기는 어느덧 소말리아 이웃 국가인 케냐 항공에 착륙하는데...1991년의 남북한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큰 죄가 되는 시대. 그들은 비행기 안에서 몰래 나눈 짧은 인사만을 남긴채, 서로의 얼굴을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하고 각국의 일행과 함께 차에 오릅니다. 뭣 모르는 아이들만 어리둥절 할 뿐이죠.
오랜만에 잘 만든 한국 영화가 또 나왔다는 호평이 가득한 영화 모가디슈.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더욱 리얼하고 억지로 눈물을 끌어내려고 하지 않는 담담한 결말이 더욱 가슴에 남았던 영화입니다. 그때 그당시 실제로 북한 사람들을 위해서 이탈리아 대사관에 매달렸던 강신성 대사님의 이야기와 서로 제대로 된 회포도 풀지 못하고 헤어져야 했던 남북한 대사관 일행의 모습을 표현해 냄으로 더욱 여운이 남았던 영화 모가디슈.
sbs에서 다뤘던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모가디슈편을 보고 영화를 보면 훨씬 이해도 쉽고 재밌을거라 생각되는데요, 볼만한 한국 영화를 찾으신다면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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