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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TV 프로그램 리뷰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영상미가 돋보이는 일본 애니메이션

by 케로로 2023. 1. 4.

 

개봉: 2018.11.15

평점: 8.0

관객수 5.3만 명

감독: 우시지마 신이치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초긍정 소녀와 외톨이 소년.

특유의 밝은 성격으로 학급 친구들에게 인기 만점인 긍정 소녀, 하지만 소녀에겐 비밀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췌장이 병들어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되었다는 것. 
친구 하나 없이 오로지 책만 읽는 외톨이 소년,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도 없고 부모님 외에 어떤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것은 더욱 관심 없습니다.
같은 학교에 같은 학급에 있지만 서로 너무 달라 대화할 일도 거의  없던 그 둘은 병원에서 소녀가 떨어뜨린 '공병문고'란 책을 소년이 줍게 되면서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됩니다. 소녀의 가족 외에 소녀의 시한부 삶을 공유하는 유일한 사람이 된 소년. 특별한 사이가 된 소년과 소녀의 잔잔한 이야기를 담은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입니다.

이 애니메이션은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일본 내에서 입소문을 타고 흥행했던 이 소설은 영화로도 제작되어 2017년 한국에서도 개봉이 되었고 이후 2018년 애니메이션으로도 개봉하였습니다.

 


줄거리.

밝고 사랑스러운 소녀 사쿠라. 사람들을 좋아하고 긍정적인 사쿠라는 시한부 선고를 받고 살아가는 소녀입니다. 췌장에 병이 들어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선고를 받았지만 사쿠라는 그저 일상을 살아 가고 있습니다. 친구들에겐 자신의 병을 숨긴 채 말이죠. 그런 사쿠라에게 특별한 소년이 등장합니다. 병원에서 떨어뜨린 일기장 '공병문고'. 그걸 주워 사쿠라의 병을 알게된 같은 반 소년. 인사도 하지 않던 사이였지만 사쿠라의 비밀을 들켜버려 사쿠라에게 특별해진 소년이죠. 그런데 이 소년의 반응이 특이합니다. 사쿠라의 병, 삶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알게 되었음에도 아무 반응이 없습니다. 사쿠라를 대하는 태도도 변함없죠. 그 모습에 사쿠라는 남은 시간들을 이 소년과 지내고 싶어 졌습니다. 병과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유일한 사이니까요.

 

소년은 사쿠라가 조금 부담스럽습니다. 자신과 너무 다른데 자꾸 자신과 일상을 같이 하고 싶어 하니까요. 말이 없는 성격 덕분에 자연스럽게 비밀은 지켜주고 있지만 사쿠라와 가깝게 지내면서 받게 되는 관심들이 조금은 부담스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쿠라와 함께 사쿠라가 그토록 바라는 일상을 살아가면서 조금씩 변해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렇게 둘은 우정? 사랑? 특정한 단어로 한정할 수 없는 특별한 사이가 되어가는데요, 그럴수록 다가오는 죽음이 두렵습니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사쿠라와 그런 사쿠라의 특별한 친구 하루키의 변화를 그려낸 이야기의 마지막은 어떻게 될까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제목 속에 담긴 의미는.

괴상한 느낌을 풍기는 제목이 아니었다면 조금 더 인기가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인데요, 대부분의 영화나 소설이 그렇듯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나면 왜 이렇게 제목을 결정했는지와 제목에 담긴 뜻을 알게 되어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하지만 다른 제목도 괜찮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완전히 지우긴 어려웠습니다) 시한부 삶이지만 평범한 것들로 일상을 채워가는 사쿠라의 밝음과 일상을 살아낼 수 있음에도 혼자를 선택한 소년의 모습이 대비되면서,  또한 결국 맞이하게 되는 반전의 죽음이 '너도 나도 죽는다'는 사쿠라의 말을 떠올리게 하면서 삶에 대한 태도를 생각해보게 합니다. 영화보다는 원작을 조금 더 잘 표현해냈다는 평이 많은 애니메이션은 영상미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흩날리는 벚꽃과 불꽃놀이, 바다에 떨어지는 햇살 같은 장면들이 소년과 사쿠라의 이야기를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애니메이션 특성상 실사 영화에 비해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더 많으니 원작 소설에 담긴 상상을 조금 더 담아낼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목부터 그림체, 음악과 영상미까지 딱 '일본 스럽다'라는 느낌인 애니메이션인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보면서 약간 뻔하고 조금은 유치한 것 같다고 느끼면서도 울컥하게 되는 것은 스토리의 탄탄함 덕분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 부분에서 소년이 사쿠라에게 빌려갔던 책 '어린왕자'를 빌려와 사쿠라의 유언을 전해주는 부분은 좀 쌩뚱맞다고 느끼기도 했지만 슬픔을 덤덤하게 표현하려는 의도이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사쿠라의 이름은 일찌감치 노출되었던 것과 달리 소년의 이름이 마지막이 되어서야 나온 것도 사쿠라의 삶과 연결이 되면서 뭉클함을 자아내는 부분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손꼽히는 애니메이션으로 평가받으면서 2020년 한국에서 재개봉하기도 했던,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의 매력적인 부분을 맘껏 발산했던 영화. 그래서 다른 일본 애니메이션까지 찾아보게 하는 꽤 괜찮은 작품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였습니다.